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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알뜰폰의 '눈물겨운 사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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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이러한 편견과 크게 다르다. 알뜰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하여 요금제를 판매하는 구조다. 즉, 대형 통신사와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속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이는 알뜰폰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
다행히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학회가 지난해 6월 학술지 '소비자학연구'에 게재한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알뜰폰은 경제적이다'라는 문항에 평균 4.07점(5점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또한 '이통사 요금제보다 저렴하다'는 항목도 평균 4.04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통사와 품질이 비슷하다'라는 항목이 3.48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알뜰폰이 그동안 품질 이슈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고려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구혜경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알뜰폰이 일반화되면서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해졌고, 이에 따라 알뜰폰에 대한 우려가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시장은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2024년 3월 기준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알뜰폰의 취약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통사의 보조금이 더 많은 경우, 통신사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알뜰폰 가입자 111명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8.0%가 '이통사로 이동한다'고 답했다. 반면 '알뜰폰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26.0%에 그쳤다.
이 결과는 알뜰폰의 주요 경쟁력인 가성비가 사실상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치해왔기 때문에, 이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심각한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알뜰폰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주요 원인은 바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폐지다. 단통법은 2014년에 도입된 법률로, '일부 이용자만 과도한 지원금을 받는 불공정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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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휴대전화 유통점에서 새 기기를 구매하고 이통사 요금제에 가입할 때 이통사로부터 받는 '공시지원금'과 유통점으로부터 받는 '추가지원금'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이통사는 해당 휴대전화의 판매지원금 액수를 사전에 공시해야 하며, 유통점은 공시된 판매지원금의 최대 15%까지만 추가지원금으로 제공할 수 있다.
단통법은 모든 소비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통3사의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단통법 폐지안이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6월 27일에 공식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단통법을 근거로 이통3사의 지원금을 제한해왔기 때문에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통법이 사라지면 알뜰폰은 '가성비 브랜드'라는 핵심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통3사의 지원금이 증가하면 알뜰폰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상황은 매우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저렴한 가격대로 승부를 보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그 여파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미치게 된다. 경쟁 상대가 사라진 이통3사와 이들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즉, 알뜰폰 시장이 무너지는 순간, 이통3사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위기에 처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단순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
이렇게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단통법 폐지 이후 재갈이 풀린 이통3사라는 거대 공룡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과연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 시장의 '가격 파수꾼'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안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심각한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는 단순히 알뜰폰 업계의 생존 문제를 넘어, 한국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 구조와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더 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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