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歌皇)' 나훈아(78)가 58년간의 가수 인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에서도 강력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부었고, 사회 문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12일 열린 은퇴 공연에서 나훈아는 자신의 가수 인생을 11명의 대통령 재임 기간과 비교하며 "박정희부터 윤석열까지 11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저는 아직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면서 "대통령이 '오라고 하라'고 해도 '왜 부르노' 하며 응하지 않았더니 취급을 안 하더라"고 회고했다.

 

최근 논란이 된 '니는 잘했나' 발언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했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하니까 '니는 잘했나'라고 한 것"이라며 "이는 오른쪽도 잘한 게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으로 김원이 민주당 의원과 김영록 전남지사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며 강하게 응수했다.

 

지역 갈등 문제도 거론했다. "1년만 시간을 달라"며 "경상도 출신은 전라도에서, 전라도 출신은 경상도에서 국회의원에 나가게 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목포의 남진과 비교되며 겪었던 지역 갈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분열상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선거 때마다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안 그래도 작은 땅에서 미친 짓을 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을 꼬집었다. 대한민국의 자살률과 저출산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마지막 무대에서 나훈아는 관객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홍시'나 '테스형' 같은 히트곡은 쉽게 나온 게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내게는 스승"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이제는 장 서는 날 막걸리와 빈대떡을 먹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싶다"며 58년 가수 인생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